AI Operating Model
AI를 도입하기 전에, 우리는 우리의 일을 알고 있는가
직무기술서 한 줄로는 AI에 일을 맡길 수 없습니다. AX의 최소 단위를 직무에서 Task로 내려, 실제 업무 구조를 지도로 그리는 Work Map 관점을 제시합니다.
2026.08.09 · 18분 읽기

AI를 도입하기 전에, 우리는 우리의 일을 알고 있는가
서론
저는 AX 컨설팅펌 시그나이터(Seigniter)에서 AI를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개발자 유민수입니다.
지난 글 AI에 집중할수록 AX는 실패한다에서 'AI보다 일이 먼저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기업이 AI를 도입할 때 어떤 모델을 쓸지, 어떤 솔루션을 구매할지, 어떤 AI Agent를 구축할지부터 고민하기보다 조직의 일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우리 조직에서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요?
겉으로는 알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조직도가 있고 직무가 정의되어 있습니다. 직무기술서와 업무분장표가 있으며, 업무 매뉴얼이나 SOP를 갖춘 조직도 있습니다.
하지만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려고 들여다보면,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일'과 실제로 알아야 하는 '일'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가령 직무기술서에 이런 문장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월간 경영보고서를 작성한다.
사람에게는 충분히 이해되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 한 문장만으로 AI에게 일을 맡기거나 업무를 자동화하기는 어렵습니다.
누가 자료를 요청하는지, 어느 부서에서 데이터를 받는지, 자료가 Excel로 오는지 시스템에서 추출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데이터를 어떤 기준으로 정리하는지, 누락된 값은 어떻게 확인하는지, 어떤 수치를 중요하게 보는지도 필요합니다. 추가 확인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고, 초안은 누가 검토하며, 수정은 몇 차례 일어나는지, 최종 산출물은 누구에게 전달되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AI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지는 바로 이런 세부적인 업무 구조에서 결정됩니다.
1. 직무를 안다는 것과 일을 안다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조직의 일을 흔히 '직무' 단위로 이해합니다. 영업 담당자, 인사 담당자, 구매 담당자, 재무 담당자, 마케팅 담당자처럼 말입니다.
직무는 조직을 운영하는 데 유용한 단위입니다. 누가 어떤 책임을 맡는지 정의할 수 있고 채용, 평가, 보상, 육성의 기준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AX를 설계하기에는 직무라는 단위가 너무 큽니다.
영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영업 담당자는 단순히 '영업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잠재 고객을 찾고, 고객 정보를 조사하고, 미팅을 준비합니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듣고 회의 내용을 정리하며, 제안서와 견적을 작성합니다. 내부 승인을 받고 고객에게 자료를 전달한 뒤 후속 연락을 하고, CRM을 업데이트하고, 계약 이후에는 고객을 관리합니다.
같은 영업 직무 안에 있지만 이 업무들의 성격은 서로 다릅니다.
고객 조사에는 AI 검색과 리서치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미팅 내용 정리는 음성 인식과 생성형 AI가 잘할 수 있고, CRM 입력은 자동화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제안서 작성에서는 AI가 초안을 만들 수 있지만 고객의 맥락을 읽고 전략을 결정하는 일은 사람이 맡아야 할 수 있습니다. 가격 협상처럼 경험과 책임, 관계가 중요한 업무도 있습니다.
결국 같은 직무 안에서도 어떤 Task는 자동화할 수 있고, 어떤 Task는 AI가 사람을 보조하는 편이 적합하며, 어떤 Task는 여전히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AX에서 물어야 할 것은 '이 직무를 AI로 바꿀 수 있는가?'가 아닙니다.
'이 직무를 구성하는 각각의 업무는 어떻게 수행되고 있으며, 그중 어떤 부분을 AI와 자동화로 다시 설계할 수 있는가?'
질문의 해상도가 여기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2. 직무기술서는 출발점이다
직무기술서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잘 정리된 직무기술서가 있다면 AX를 시작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조직에 어떤 역할이 있고, 각 역할은 어떤 책임을 지며, 주요 업무는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직무기술서는 대체로 업무의 개요를 설명합니다. AX에는 그보다 한두 단계, 경우에 따라서는 더 깊은 수준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업무를 다음과 같은 층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Job → Duty → Task → Activity → Workflow
직무(Job)는 '영업 담당자'처럼 역할을 나타냅니다. Duty는 '신규 고객 개발', '제안 및 계약 관리'와 같은 주요 책임 영역입니다. Task는 '잠재 고객 조사', '제안서 작성', 'CRM 업데이트'처럼 실제 수행하는 업무를 뜻합니다.
제안서 작성이라는 Task도 더 세분할 수 있습니다. 고객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과거 사례를 찾고, 목차를 구성하고, 초안을 작성하고, 검토 내용을 반영하는 각각의 행동이 Activity입니다. 이런 Task와 Activity가 어떤 순서와 조건으로 이어지는지를 보면 Workflow가 됩니다.
AI가 실제로 작동하는 지점은 대부분 이 아래쪽에 있습니다.
AI는 '영업 담당자'라는 직무 전체와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 정보를 검색하고 문서를 요약하며 초안을 만듭니다. 이메일을 분류하고 데이터에서 필요한 값을 추출한 뒤 일정한 규칙에 따라 다음 단계로 전달합니다.
다시 말해 AI는 직무명이 아니라 직무 안에 있는 구체적인 업무와 만납니다.
3. 필요한 것은 업무 목록이 아니라 업무 구조다
업무를 세분했다고 해서 단순히 목록을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가령 구매팀의 업무를 '구매 요청 확인, 공급업체 조사, 견적 비교, 업체 선정, 발주, 납기 확인'으로 정리했다고 해보겠습니다. 꽤 체계적으로 보이지만 이 정보만으로는 자동화나 AI를 설계하기 어렵습니다.
구매 요청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모든 요청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금액에 따라 승인 단계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공급업체를 고를 때 가격만 보는지, 납기와 품질도 함께 고려하는지도 중요합니다. 신규 업체와 기존 업체의 절차가 다를 수 있고, 예외 승인을 누가 판단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한 달에 몇 건을 처리하고 한 건을 처리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도 필요합니다.
AX를 위한 업무분석은 이런 정보를 담아야 합니다.
먼저 Task,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고객 문의 분류', '주간 보고서 작성', '계약서 검토', '비용 정산'과 같은 실질적인 업무 단위입니다.
그다음은 Trigger입니다. 이메일이 들어와 시작되는 일인지, 특정 날짜가 되면 시작되는지, 시스템 상태가 바뀌면 시작되는지에 따라 자동화 방법도 달라집니다.
Input과 Output도 봐야 합니다. 일을 하려면 어떤 문서, 이메일, 데이터베이스, Excel, 이미지, 시스템 정보가 필요한지, 일을 마치고 나면 보고서, 승인, 이메일, 데이터 입력, 의사결정 중 무엇이 남는지 확인합니다.
Role은 담당자 이름만 적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누가 실행하고, 누가 검토하며, 누가 승인하고, 누구와 협업하는지 구분해야 합니다.
Frequency와 Volume은 일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하루 100번 발생하는 업무와 한 달에 한 번 하는 업무는 같은 기준으로 자동화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렵습니다.
Working Time과 Lead Time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이 실제로 30분만 일하지만 승인 대기 때문에 완료까지 3일이 걸린다면 문제는 작업 속도보다 Workflow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System & Data를 보면 ERP, CRM, 그룹웨어, Excel, 이메일, 사내 포털 등이 업무 안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Decision은 업무 도중 어떤 판단이 필요한지를 보여줍니다. 명확한 규칙으로 처리할 수 있는 판단인지, 과거 경험이 필요한지, 높은 수준의 책임이 따르는지에 따라 AI에게 맡길 수 있는 범위도 달라집니다.
Exception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자동화가 정상적인 경우에는 잘 작동하다가 현장의 수많은 예외를 처리하지 못해 정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Dependency를 보면 앞뒤 업무와의 연결이 드러납니다. 한 Task만 빠르게 만들었는데 다음 단계가 그대로 병목으로 남아 있다면 조직 전체 생산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Pain Point가 있습니다. 반복 입력, 검색, 대기, 재작업, 수작업 검증, 커뮤니케이션 오류처럼 현업이 실제로 시간을 쓰고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입니다.
이런 정보가 연결되어야 단순한 업무 목록이 아니라 실제 일이 흐르는 모습을 담은 Work Map이 만들어집니다.
4. 업무량과 시간을 모르면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렵다
AI Use Case를 발굴할 때 자주 생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재미있거나 눈에 잘 보이는 업무부터 고르는 것입니다.
'AI로 보고서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는 이해하기 쉽고 데모도 만들기 좋습니다.
그런데 실제 업무량을 확인했더니 해당 보고서는 분기에 한 번 작성하고 담당자가 쓰는 시간도 2시간뿐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객 문의를 사람이 매일 수백 건씩 분류하고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한 건에 1분만 걸려도 전체 투입 시간은 훨씬 커집니다.
그래서 AX에서는 'AI가 할 수 있는가?'에 더해 '이 일을 바꾸는 것이 경제적으로 의미가 있는가?'까지 봐야 합니다.
우선순위를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면 발생 빈도, 처리량, 소요시간, 개선 가능성, 비즈니스 중요도를 함께 보는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여기에 리스크, 데이터 접근성, 기술 난이도, 변화관리 비용 등이 더해질 것입니다. 적어도 업무량과 시간을 모른 채 AI Use Case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5. 하나의 Task가 빨라져도 전체 일이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AX에서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Local Optimization과 End‑to‑End Optimization은 다릅니다.
AI를 이용해 보고서 초안을 만드는 시간을 2시간에서 20분으로 줄였다고 해보겠습니다. 숫자만 보면 상당한 개선입니다.
그런데 초안 작성 이후 팀장 검토에 이틀, 관련 부서 확인에 하루, 최종 승인에 다시 하루가 걸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전체 Lead Time은 거의 줄어들지 않습니다.
AI 덕분에 초안을 훨씬 많이 만들게 되었는데 검토자가 처리할 수 있는 양은 그대로라면 병목이 오히려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AX에서는 개별 Task와 함께 Task 사이의 연결을 봐야 합니다.
업무가 어디에서 기다리는지, 재작업이 어디에서 생기는지, 정보가 어디에서 끊기는지 찾아야 합니다. 사람의 승인이 필요한 지점과 시스템 사이에서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옮기는 지점도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야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 '프로세스 혁신'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6. 모든 문제를 AI로 풀 필요는 없다
업무를 분석한 뒤에는 또 하나의 원칙이 필요합니다.
모든 문제의 답을 AI로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AI가 주목받으면서 업무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곧바로 '여기에 LLM을 붙일 수 있을까?'부터 묻기 쉽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더 단순한 방법이 더 좋은 답일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업무를 살핀 뒤 몇 가지 질문을 순서대로 던져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먼저 없앨 수 있는 일인지 봅니다. 필요 없는 보고서를 AI로 자동 생성하는 것은 좋은 AX라 보기 어렵습니다. 불필요한 일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만들 뿐입니다.
없앨 수 없다면 더 단순하게 만들 수 있는지 살핍니다. 복잡한 승인 체계나 중복 입력부터 정리하는 편이 AI를 붙이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면 표준화가 먼저일 수도 있습니다. 표준화되지 않은 프로세스를 그대로 자동화하면 예외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명확한 규칙으로 처리되는 업무라면 Automate 영역입니다. 이런 일은 생성형 AI보다 Workflow Automation이나 기존 시스템 기능이 더 안정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사람의 판단이 필요하지만 검색, 분석, 요약, 분류, 초안 작성처럼 AI가 처리 비용을 줄여줄 수 있다면 Augment가 적합합니다.
마지막은 Transform입니다. 기존 프로세스에 AI 한 조각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업무와 역할을 다시 설계하는 단계입니다.
단순한 Automation과 AX의 차이는 이 지점에서 분명해집니다.
7. 직무분석이 어려운 이유
여기까지 보면 '그러면 업무를 자세히 분석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해보면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현업입니다. 하지만 현업은 자신의 업무를 분석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미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여기에
- 하루 동안 하는 모든 업무를 적어주세요.
- 각 업무가 얼마나 걸리는지 기록해주세요.
- 누구와 어떤 정보를 주고받는지 정리해주세요.
라고 요청하면 부담이 커집니다.
사람이 자신의 업무를 언제나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래 반복한 업무는 너무 익숙해서 중요한 단계를 빠뜨리기 쉽고, 작은 판단이나 예외 처리는 아예 별도의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그냥 제가 보고 판단합니다.
이 한 문장 안에 실제로는 수년간 쌓인 경험과 여러 판단 규칙이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설문도 한계가 있습니다. 문항이 짧으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어렵고, 길어지면 응답 부담이 커집니다. 인터뷰는 깊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늘어납니다. 컨설턴트가 직접 관찰하면 실제 Workflow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모든 업무를 장기간 지켜볼 수는 없습니다.
직무분석과 업무분석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장에서 깊게 수행하기 어려운 작업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8. 직무분석 자체도 AX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AI를 적용하려고 업무를 분석해야 한다면, 업무를 분석하는 과정에도 AI를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과거에는 사람이 처음부터 정보를 모아 업무 구조를 정리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조직 안에 이미 존재하는 자료를 AI가 먼저 읽고 초안을 만드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조직에는 생각보다 많은 업무 정보가 흩어져 있습니다. 직무기술서와 업무분장표가 있고, SOP와 매뉴얼, 사내 규정, 과거 프로젝트 산출물, 회의록, 보고서, 각종 양식과 템플릿, FAQ가 있습니다. 업무 시스템에는 로그와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AI가 이런 자료를 먼저 살펴보고
- 이 직무에서는 이런 업무가 수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이 업무는 이 문서와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이 단계에서는 이러한 검토와 승인이 존재합니다.
와 같은 초기 Work Map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현업은 빈 화면에서 자신의 업무를 처음부터 작성하지 않아도 됩니다. AI가 만든 초안을 보면서 실제 업무와 다른 부분을 고치면 됩니다.
- 이 단계는 실제로는 하지 않습니다.
- 여기에 중요한 예외가 하나 빠졌습니다.
- 이 일은 우리가 아니라 재무팀이 합니다.
- 여기가 실제로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이런 식입니다.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작업 방식은 크게 달라집니다.
Creation의 문제를 Verification의 문제로 바꾸기 때문입니다.
빈 종이를 주고 자신의 업무를 빠짐없이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이미 만들어진 구조를 보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도록 하는 편이 현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AI는 직무분석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직무분석을 돕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9. AI가 만든 Work Map은 정답이 아니다
여기에는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AI가 문서를 많이 읽었다고 해서 실제 업무를 완벽하게 이해한 것은 아닙니다.
문서에 적힌 프로세스와 현장에서 실제로 이루어지는 프로세스가 다를 수 있습니다. 공식적인 승인 절차와 실제 업무 관행이 다를 수도 있고, 시스템에 기록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도 많습니다. 특정 직원만 알고 있는 암묵적인 노하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AI가 만든 Work Map은 정답이 아니라 가설로 다루는 편이 맞습니다.
AI가 업무 구조의 초안을 만들고 현업이 검증합니다. 실제 데이터와 비교하고, 필요하면 관찰과 인터뷰로 보완한 뒤 다시 구조를 수정합니다.
목표는 AI가 사람 대신 업무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과 AI가 함께 조직의 일을 더 적은 비용으로 가시화하는 것입니다.
10. Work Map이 있어야 AI Use Case도 구체적으로 보인다
업무가 구조화되면 AI Use Case를 찾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보통은 '우리 회사에 생성형 AI를 어디에 쓸 수 있을까요?'라고 묻습니다.
그러면 챗봇, 문서 요약, 보고서 자동화, AI 검색, AI Agent 같은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지만 실제 업무와 이어지지 않으면 기술 목록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Work Map이 있으면 질문이 훨씬 구체적으로 바뀝니다.
이 Task는 한 달에 몇 번 발생하는지, 몇 명이 수행하는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들어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복성이 얼마나 높은지, 판단 난이도는 어느 정도인지, 입력 데이터는 디지털화되어 있는지도 볼 수 있습니다.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지, 잘못되었을 때의 리스크는 어느 정도인지, AI를 적용했을 때 줄어드는 시간과 비용은 얼마인지, 앞뒤 Workflow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도 따져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 정보가 있어야 AI Use Case가 단순한 아이디어를 넘어 투자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개선 과제가 됩니다.
11. AX는 Technology Mapping보다 Work Redesign에 가깝다
많은 AI 프로젝트는 Technology → Use Case 순서로 출발합니다.
새로운 LLM이나 Agent 기술이 등장하면 조직은 '이 기술을 어디에 적용할까?'라고 묻습니다.
AX에서는 순서를 반대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Work → Problem → Task → Value → Technology
먼저 실제 일을 보고 그 안에서 문제가 무엇인지 찾습니다. 문제가 생기는 Task를 구체적으로 살피고, 그 문제를 해결했을 때 생기는 가치를 계산합니다. 기술 선택은 그다음입니다.
답이 생성형 AI일 수도 있고 기존 머신러닝일 수도 있습니다. RPA나 단순한 시스템 연동이 더 적합한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기술을 쓰는 것보다 프로세스 자체를 없애는 편이 가장 좋은 답일 수도 있습니다.
AX에서 기술은 출발점이라기보다 업무를 분석하고 다시 설계한 뒤 나오는 결과 중 하나에 가깝습니다.
12. AX의 최소 단위는 직무가 아니라 실제 업무다
AI가 직업을 어떻게 바꿀지에 관한 이야기는 많습니다.
개발자는 어떻게 될 것인지, 회계사는 어떻게 될 것인지, 컨설턴트와 마케터는 AI로 얼마나 대체될 것인지 묻습니다.
기업의 AX를 실제로 설계하려면 이보다 질문의 해상도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마케터'라는 직무 전체가 어느 날 한꺼번에 AI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그 직무 안에 있는 조사, 분석, 작성, 검토, 의사결정, 커뮤니케이션 같은 Task가 서로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변합니다.
어떤 일은 사라지고, 어떤 일은 자동화됩니다. AI의 도움을 받아 더 빨라지는 일도 있고 오히려 사람의 역량이 더 중요해지는 일도 있습니다.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업무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AX를 설계하려면 직무라는 큰 상자에서 한 단계 아래로 내려가야 합니다.
실제로 누가 무엇을 하는지 봐야 합니다. 무엇을 받아 어떤 판단을 하고, 무엇을 만들어내는지 알아야 합니다. 어디에 시간이 쓰이고 어느 지점에서 문제가 생기는지 찾아야 합니다. 그중 무엇을 없애고 단순화하고 자동화할지, 무엇을 AI와 함께 수행하고 무엇을 새롭게 설계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여기까지 내려가야 AI가 일할 자리가 보입니다.
지난 글 AI에 집중할수록 AX는 실패한다에서 저는 'AI보다 일이 먼저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습니다.
우리는 그 일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직무기술서는 좋은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AX를 하려면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가 실제 업무의 구조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업무량과 시간, 역할과 데이터, 판단과 예외, 업무와 업무 사이의 연결까지 알아야 합니다.
AI Use Case를 찾기 전에 우리 조직의 일을 한 장의 지도 위에 올려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AI를 적용하려면 먼저 일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AX의 최소 단위는 직무명이 아니라 그 안에서 실제로 수행되는 Task와 Task 사이의 연결입니다.
About Seigniter
시그나이터(Seigniter)는 기업의 AI 도입을 넘어, AI로 실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AX(AI Transformation)를 고민하는 컨설팅펌입니다.
어떤 AI 기술을 쓸지부터 정하기보다 기업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지 살펴봅니다. 어디에서 비효율과 병목이 생기는지, 어떤 판단과 반복 작업이 있는지 파악하고 사람과 시스템, AI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설계합니다.
기업의 전략과 현장, 비즈니스 문제와 AI 기술 사이에는 아직 큰 간극이 있습니다.
시그나이터는 이 간극을 연결해 AI가 실제 업무 안에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AI를 도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설계합니다.
유민수 Developer, Seigniter
Next st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