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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잘 활용해도 일이 줄지 않는다면, 누가 AI를 쓰겠는가?

개인의 시간 절약이 조직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AI를 활용한 성과가 개인의 보상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AX를 진행할 때 자칫 누락하기 쉬운 핵심 요인을 짚어봅니다.

2026.08.19 · 18분 읽기

AI를 잘 활용해도 일이 줄지 않는다면, 누가 AI를 쓰겠는가? — Seigniter Perspective 커버 이미지

AI를 잘 활용해도 일이 줄지 않는다면, 누가 AI를 쓰겠는가?

회사는 생산성의 크기를 설계하지만, 그 생산성이 어디로 가는지는 설계하지 않는다

AI를 써서 8시간 걸리던 일을 4시간 만에 끝냈다고 해보자.

회사 입장에서는 성공이다. 같은 사람이 같은 일을 절반의 시간에 끝냈다. 경영진이 AI에 기대했던 생산성 향상이 눈앞에서 일어난 셈이다.

직원의 머릿속에는 조금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그래서 남은 4시간은 어떻게 되는 거지?'

일찍 퇴근할 수 있을까. 미뤄둔 공부를 할 수 있을까. 더 중요한 일을 맡게 될까. 성과가 보상으로 돌아올까.

아니면 일이 하나 더 주어질까. 내년 목표가 높아질까. 더 나아가 '이제 이 업무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올까.

같은 생산성 향상인데 회사와 개인이 받아들이는 의미는 이렇게 다를 수 있다.

이 글은 그 간극에 관한 이야기다. AI가 만든 생산성이 조직과 개인 사이에서 어떻게 나뉘는지 설계하지 않으면, 가장 정교한 AX 로드맵도 마지막 한 칸에서 멈춘다.


AI는 일을 빠르게 한다. 그다음이 문제다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특정 업무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근거는 이미 나오고 있다.

2025년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 실린 연구는 고객상담 직원 5,172명을 분석했다. AI의 도움을 받은 직원은 시간당 해결한 고객 문제 수가 평균 15% 늘었다. 특히 경력이 짧거나 숙련도가 낮은 직원에게 효과가 더 컸다. 연구진도 이 결과를 모든 직무와 AI 시스템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긋지만, 적어도 적합한 업무에서는 AI가 사람의 작업 속도와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기업이 AI에서 생산성 이득(Productivity Gain)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산성 이득(Productivity Gain) — 동일한 투입으로 더 많은 산출을 만들거나, 같은 산출을 더 적은 시간·인력·비용으로 만들어 생기는 효율상의 이득을 말한다.

그런데 개인의 작업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서 그만큼 조직의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이 2026년 발표한 분석이 이 지점을 잘 보여준다. AI를 활용한 근로자는 업무시간을 평균 3.8%, 주당 약 1.5시간 줄였다. 이를 환산하면 잠재 생산성(Potential Productivity)은 약 1.0% 높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절약된 시간과 실제 업무처리량 증가의 상관계수는 0이었다. 개인 수준의 시간 절약이 실제 생산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를 생산성 단절(Productivity Disconnect)로 설명했다. 업무 흐름(Workflow), 조직 구조, 인력 배치와 유인 체계가 함께 바뀌지 않으면 작업 하나가 빨라지는 것만으로 조직 생산성이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생산성 단절(Productivity Disconnect) — AI가 개별 작업의 시간은 줄였지만 그 절감분이 실제 조직의 생산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을 가리킨다. 한국은행은 업무 흐름, 조직 구조, 인력 재배치, 유인 체계 등을 그 전환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제시한다.

개인의 시간 절약과 조직의 생산 증가 사이의 단절 – AI 활용 직원의 시간당 문제 해결은 15퍼센트 늘었고 업무시간은 3.8퍼센트 줄어 잠재 생산성이 약 1.0퍼센트 높아졌지만, 절약된 시간과 실제 업무처리량 증가의 상관계수는 0이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따로 있다. 자영업자, 전문직, AI 고강도 사용자처럼 성과 유인이 강하고 업무 자율성이 높은 집단에서는 실제 생산성 증가가 관찰됐다. 한국은행은 AI의 효과가 기술 자체뿐 아니라 작업 구조와 유인 체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절약한 시간이 자신에게 남는 사람들에게서는 생산성이 실제로 올라갔다. 절약한 시간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왜 AI에 적극적이지 않은가가 아니다.

직원에게 AI를 적극적으로 쓸 이유가 있는가.


회사는 생산성의 크기를 보고, 개인은 그 생산성이 어디로 가는지 본다

기업의 계산은 비교적 단순하다. 같은 인원으로 더 많은 결과를 만들거나, 같은 결과를 더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만들면 생산성이 높아진다.

개인의 계산에는 몇 가지 항목이 더 들어간다.

AI 덕분에 생긴 시간이 내게 남는가. 성과가 보상으로 이어지는가. 반복 업무를 줄인 만큼 더 가치 있는 일을 맡을 수 있는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자율성이 커지는가.

반대편의 계산도 있다. 일이 빨라진 만큼 업무량이 늘지는 않는가. 더 높은 목표가 새로운 기준이 되지는 않는가. 내가 어렵게 쌓은 전문성의 희소성이 떨어지지는 않는가. 내가 하던 일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는가.

회사의 계산과 개인의 계산 – 회사는 산출과 투입으로 생산성의 크기를 계산하지만, 개인은 시간·보상·기회·자율이라는 얻는 항목과 업무량 증가·기준 상향·희소성 하락·역할 축소라는 잃는 항목을 함께 계산한다

그래서 같은 생산성 향상도 개인에게는 세 가지로 경험될 수 있다.

하나는 생산성 배당(Productivity Dividend)이다. AI로 만든 성과의 일부가 시간, 보상, 성장 기회, 자율성 같은 형태로 자신에게 돌아온다.

생산성 배당(Productivity Dividend) — 이 글에서 사용하는 개념적 표현이다. AI로 생긴 생산성 향상의 일부가 시간, 금전적 보상, 성장 기회, 자율성, 경력 기회 등의 형태로 개인에게도 귀속되는 구조를 뜻한다. 학계에서 하나의 정립된 단일 개념으로 통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경우 계산은 어렵지 않다.

AI를 잘 쓰면 회사도 좋아지고 나도 좋아진다.

반대로 업무강도 심화(Work Intensification)가 일어날 수 있다. 보고서 작성 시간이 절반으로 줄자 보고서를 두 배로 써야 하는 식이다. 효율화로 얻은 시간이 개인에게 돌아오지 않고 새로운 업무로 채워진다.

업무강도 심화(Work Intensification) — 기술이나 프로세스 개선으로 업무 효율이 높아졌지만, 절감된 시간이 휴식이나 다른 가치로 전환되지 않고 업무량·속도·성과 기준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직원이 배우는 메시지는 달라진다.

AI를 잘 쓰면 일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기대치가 올라간다.

마지막은 자동화 위협(Automation Threat)이다.

자신의 일을 가장 잘 자동화할 수 있는 사람은 대개 그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업무 노하우를 AI 업무 흐름이나 AI 에이전트(AI Agent)에 옮겨 놓을수록 조직은 그 사람의 암묵지에 덜 의존하게 된다.

자동화 위협(Automation Threat) — 자동화가 자신의 업무, 전문성, 역할 또는 고용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고 개인이 인식하는 상황을 말한다. 실제 인력 감축 여부와 개인이 느끼는 위험 인식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직원에게는 불편한 질문이 생긴다.

내가 AI를 잘 가르칠수록 회사가 나를 덜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같은 생산성 향상이 갈라지는 세 가지 경로 – AI로 절약한 시간은 시간·보상·기회·자율로 돌아오는 생산성 배당, 새로운 업무로 채워지는 업무강도 심화, 자신의 역할이 줄어드는 자동화 위협 중 하나로 경험되고, 각 경로에서 직원이 학습하는 메시지가 달라진다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한 방향으로 결론 내리기 어렵다. 덴마크의 행정자료와 대규모 조사를 연결한 연구에서는 근로자들이 AI의 생산성 효과를 보고했고, AI 감독·콘텐츠 생성·AI 통합 같은 새로운 업무도 늘어났다. 반면 ChatGPT 등장 후 2년 동안 평균 임금과 기록된 근로시간에는 2%를 넘는 뚜렷한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연구진이 확인한 변화는 당장의 대규모 고용 충격보다는 '일의 구성'이 바뀌고 있다는 쪽에 가깝다.

기술이 생산성을 높인다는 사실만으로 개인에게 돌아갈 결과까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사이에 조직의 선택이 있다.


AI에 대한 '저항'은 때로 합리적이다

직원이 새로운 기술을 잘 쓰지 않으면 흔히 변화 저항(Change Resistance)으로 설명한다.

그러면 해결책도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교육을 늘리고,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리더가 사용을 독려한다. 때로는 AI 활용률을 핵심성과지표(KPI)에 넣는다.

물론 이런 조치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다만 개인이 처한 구조가 다음과 같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I를 잘 쓰면 시간이 절약된다. 절약된 시간만큼 일이 더 들어온다. 자신의 업무를 더 잘 자동화할수록 장기적으로 자신의 역할은 줄어들 수도 있다.

이런 조건에서 AI를 최소한으로 쓰는 사람을 단순히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오히려 자신의 이해관계를 꽤 정확하게 계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AI 도입·정착(AI Adoption)을 태도나 교육의 문제로만 보면 중요한 원인을 놓친다. 조직이 원하는 행동과 개인이 기대하는 보상이 맞물리는 유인 정렬(Incentive Alignment)의 문제이기도 하다.

AI 도입·정착(AI Adoption) — 단순히 AI 도구를 제공하거나 계정을 개설하는 것을 넘어, 구성원이 실제 업무에서 AI를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상태를 뜻한다.

유인 정렬(Incentive Alignment) — 조직이 원하는 행동을 했을 때 개인에게 돌아오는 보상과 결과도 그 행동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맞물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 보상은 금전뿐 아니라 시간, 평가, 승진, 자율성, 경력 기회까지 포함한다.

교육으로 풀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사람'까지다.

'써도 나에게 남는 것이 없다고 계산한 사람'은 교육으로 바뀌지 않는다.


60년 전 '신바람 경영'이 했던 것

1967년 한국비료에는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당시 한국비료에서 근무했던 손욱 전 삼성종합기술원장의 회고에 따르면, 그해 11월 부임한 박OO 사장은 연간 33만 톤을 생산하던 공장에서 직원들에게 10%를 증산하면 100%의 보너스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10%를 더 생산하려면 단순히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정비와 보수에 쓰는 시간을 줄여야 했고, 조업 사고도 막아야 했다. 생산과 정비 인력이 함께 움직여야 가능한 목표였다. 손욱의 회고에 따르면 생산량은 연 36만 톤 수준으로 올라갔다. 박 사장은 약속한 보너스 외에도 교대근무와 개인 성과에 따라 별도의 격려금을 지급했다.

1967년 한국비료의 유인 설계 – 회사는 연 33만 톤에서 10퍼센트 증산이라는 목표와 함께 100퍼센트 보너스와 별도 격려금이라는 배당을 동시에 제시했고, 생산과 정비 인력의 협력으로 생산량은 연 36만 톤 수준으로 올라갔다

물론 한 사람의 수십 년 전 회고를 오늘날 AI 조직의 성과를 설명하는 인과적 증거로 쓸 수는 없다.

그래도 이 사례에는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박OO 사장은 생산성을 높이라고 요구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졌을 때 직원에게 무엇이 돌아가는지도 동시에 제시했다.

회사만 10%를 더 얻는 구조가 아니었다.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직원 자신의 이해관계와도 연결돼 있었다.

AI 도입에서도 같은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우리는 생산성 목표는 제시하면서, 배당은 제시하고 있는가.


AX 로드맵에 빠진 한 칸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을 추진하는 기업의 로드맵에는 대개 필요한 항목이 잘 들어가 있다.

활용사례(Use Case)를 고르고 기술과 데이터를 준비한다. 업무 흐름을 다시 설계하고 거버넌스(Governance)를 만든다. 교육과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 계획도 세운다.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을 더 넣어보면 어떨까.

AI가 성공했을 때 직원에게 무엇이 돌아가는가.

AI로 업무시간의 20%를 줄였다면 그 시간은 전부 새로운 업무로 채워지는가. 일부는 학습이나 더 높은 가치의 일에 쓸 수 있는가. 만들어낸 추가 성과가 보상과 연결되는가. 자신의 업무를 자동화한 사람에게 다음 직무로 이동할 경로가 보이는가.

AX 로드맵에 빠진 한 칸 – 활용사례 발굴, 기술·데이터 준비, 업무 흐름 재설계, 거버넌스, 교육·변화관리는 갖춰져 있지만 AI가 성공했을 때 직원에게 무엇이 돌아가는지 답하는 배당 설계 칸이 비어 있다

이 글에서 말하는 생산성 배당은 반드시 돈을 더 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간으로 돌려줄 수도 있다. 금전적 보상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 더 어려운 일을 맡을 기회, 새로운 역량을 익힐 기회,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자율성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자동화되는 직무의 직원에게 다음 역할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배당이다.

생산성 배당의 다섯 가지 형태 – 절약된 시간의 일부를 개인에게 남기는 시간 배당, 추가 성과를 평가와 보상에 연결하는 보상 배당, 더 가치 있는 일을 맡는 기회 배당,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정하는 자율 배당, 자동화 이후의 다음 역할을 보여주는 경로 배당

모든 기업이 같은 답을 내놓을 필요는 없다. AI를 쓸 때마다 보너스를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도 아니다.

다만 경영진은 적어도 이 질문에는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회사에서 AI를 잘 쓰는 직원은 무엇을 얻게 되는가?'

답이 없다면 직원에게 AI 활용은 여전히 회사의 목표다. 자신의 목표가 되기는 어렵다.

완벽한 AX 로드맵을 가진 조직도 여기에서 멈출 수 있다.


배당이 설계된 조직만 남는 질문에 답할 수 있다

AI 시대의 생산성 경쟁은 누가 더 좋은 모델을 쓰고 더 많은 업무를 자동화하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기술이 만든 생산성의 과실을 조직과 개인 사이에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AI를 잘 쓰는 것이 직원에게도 합리적인 선택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아주 단순하다.

AI를 잘 활용해도 일이 줄지 않는다면, 누가 AI를 쓰겠는가?


지난 글 완벽한 AX 로드맵을 가진 조직이 실패하는 이유에서는 구성원의 행동을 바꾸는 것은 캠페인이 아니라 평가표라고 이야기했다. 이 글은 그 평가표가 답해야 할 첫 번째 질문을 다뤘다. 평가표에 AI 활용을 넣기 전에, 그 활용이 개인에게 무엇으로 돌아가는지부터 설계해야 한다. AI를 도입하기 전에, 우리는 우리의 일을 알고 있는가가 일의 구조를, AI에 집중할수록 AX는 실패한다가 일하는 방식을 다뤘다면, 이 글이 다룬 것은 일하는 사람의 유인이다.


About Seigniter

시그나이터(Seigniter)는 기업의 AI 도입을 넘어, AI로 실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AX(AI Transformation)를 고민하는 컨설팅펌입니다.

어떤 AI 기술을 쓸지부터 정하기보다 기업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지 살펴봅니다. 어디에서 비효율과 병목이 생기는지, 어떤 판단과 반복 작업이 있는지 파악하고 사람과 시스템, AI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설계합니다.

기업의 전략과 현장, 비즈니스 문제와 AI 기술 사이에는 아직 큰 간극이 있습니다.

시그나이터는 이 간극을 연결해 AI가 실제 업무 안에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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