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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략과제가 AI 과제일 필요는 없다

AI를 어디에 적용할지 묻는 순간 문제도 AI에 맞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같은 문제라도 원인에 따라 필요한 개입이 다르다는 점을 짚고, AI를 정하기 전에 어떤 상태에서 어떤 상태로 달라져야 하는지(Target Change)를 먼저 정의하는 순서를 제안합니다.

2026.09.17 · 17분 읽기

모든 전략과제가 AI 과제일 필요는 없다 — Seigniter Perspective 커버 이미지

모든 전략과제가 AI 과제일 필요는 없다

AX에서 AI보다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것

기업이 AX를 추진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나온다.

'우리 회사에서는 어디에 AI를 적용할 수 있을까?'

좋은 출발점처럼 보인다.

영업에서는 제안서 작성, 마케팅에서는 콘텐츠와 데이터 분석, HR에서는 사내 문의와 평가, 재무에서는 보고서 작성, 개발에서는 코딩 에이전트(Coding Agent)를 떠올릴 수 있다.

가능한 활용 사례(Use Case)를 발견하는 데에는 유용한 질문이다.

하지만 전략을 결정하는 단계에서도 이 질문을 그대로 사용하면 문제가 생긴다.

질문 속에 이미 하나의 답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에는 AI를 적용해야 한다.'

그 순간 조직은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보다 AI를 적용할 수 있는 문제를 더 열심히 찾기 시작한다. 두 종류의 문제가 겹칠 때도 있지만, 항상 겹치는 것은 아니다.

질문 속에 숨은 전제 – 어디에 AI를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어딘가에는 AI를 적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들어 있어서, 조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 대신 AI를 적용할 수 있는 문제를 찾기 시작한다

AX의 출발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AI를 어디에 적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기업에서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이 글은 그 순서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 글에서 AX의 병목이 아이디어에서 선택으로 옮겨간다고 했다. 그 선택을 제대로 하려면 후보를 AI 과제로 번역하기 전에, 바꾸려는 변화가 무엇인지부터 정의해야 한다.


AI를 먼저 정하면 문제도 AI에 맞게 보이기 시작한다

한 기업에 이런 문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월간 사업 실적 보고가 너무 늦다.'

AI를 출발점으로 생각하면 곧바로 이런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AI가 실적 보고서를 자동으로 작성하게 하면 어떨까?'

충분히 가능한 아이디어다.

하지만 보고가 늦는 이유를 실제로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문제들이 있을 수 있다.

사업부마다 데이터를 다른 엑셀 양식으로 제출하고 있을 수 있다.

같은 지표를 서로 다른 기준으로 계산하고 있을 수도 있다.

자료는 이미 준비됐지만 여러 단계의 승인 때문에 대기하고 있을 수 있다.

데이터는 잘 모이지만 원인을 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과거 실적이 아니라 향후 실적을 예측하는 것이 실제 경영진의 요구일 수도 있다.

겉으로는 모두 같은 문제다.

'실적 보고가 늦다.'

그러나 원인이 다르면 필요한 변화도 달라진다.

실제 병목필요한 변화의 예
여러 시스템에서 반복적으로 데이터를 취합API 연동 · 데이터 통합(Data Integration) · 자동화(Automation)
사업부마다 KPI 정의가 다름데이터 거버넌스(Data Governance) · 관리 기준 정비
승인 단계가 많아 대기시간 발생프로세스 재설계(Process Redesign) · 결정 권한(Decision Right) 조정
데이터 해석과 원인 분석에 시간 소요AI 분석 · 의사결정 지원(Decision Support)
미래 실적 예측이 필요예측 AI(Predictive AI)
보고서 문장 작성이 반복적생성형 AI(Generative AI) 지원

데이터 거버넌스(Data Governance) — 조직 안에서 데이터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의하고 관리하고 책임지는지를 정한 규칙과 체계를 말한다. 같은 매출이라는 단어를 부서마다 다르게 계산하는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거버넌스의 문제다.

결정 권한(Decision Right) — 어떤 결정을 누가 내릴 수 있는지를 정한 규칙이다. 승인 단계가 많아 일이 늦어지는 문제는 권한을 어디까지 아래로 내릴지 다시 정하는 것으로 풀리는 경우가 많다.

같은 증상, 다른 원인, 다른 개입 – 실적 보고가 늦다는 하나의 증상 뒤에 데이터 취합 반복, KPI 정의 불일치, 승인 대기, 원인 분석 지연, 예측 수요, 반복 문장 작성이라는 여섯 가지 원인이 있고, 각각에는 API 연동, 데이터 거버넌스, 프로세스 재설계, AI 분석, 예측 AI, 생성형 AI라는 서로 다른 개입이 대응한다

이 가운데 일부는 AI가 매우 좋은 해법일 수 있다.

일부는 AI보다 기존 자동화가 더 안정적일 수 있다. 정해진 규칙대로 데이터를 옮기는 일에는 판단이 필요 없고, 판단이 필요 없는 일에 확률적으로 답하는 도구를 쓰는 것은 오히려 불안정하다.

또 어떤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업무 기준이나 의사결정 구조를 먼저 바꿔야 해결된다.

같은 문제 지점(Pain Point)에서 출발했지만 개입(Intervention)은 전혀 다를 수 있다.

개입(Intervention) — 문제를 바꾸기 위해 실제로 실행하는 조치를 말한다. 시스템 도입, 프로세스 변경, 규칙 정비, 조직 개편, AI 적용이 모두 개입의 한 종류다. 이 글에서는 AI를 여러 개입 가운데 하나로 놓기 위해 이 단어를 쓴다.

그래서 문제를 발견한 뒤 곧바로 AI 활용 사례로 번역하면 안 된다. 그 사이에 원인을 묻는 단계가 있어야 한다.


기술 회사도 모든 문제에 AI를 권하지 않는다

이 원칙은 AI를 보수적으로 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AI를 만드는 쪽에서 먼저 강조하는 구분이다.

OpenAI가 2025년 발표한 에이전트 구축 가이드는 에이전트가 특히 적합한 업무로 세 가지를 든다. 미묘한 판단과 예외 처리가 필요한 복잡한 의사결정 업무, 규칙이 너무 많고 복잡해져 유지하기 어려워진 업무, 자연어와 문서 같은 비정형 데이터에 크게 의존하는 업무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에이전트를 만들기로 결정하기 전에 해당 업무가 이 기준을 분명히 충족하는지 확인하라. 그렇지 않다면 결정론적 해법(Deterministic Solution), 즉 기존의 규칙 기반 해법으로 충분할 수 있다.

결정론적 해법(Deterministic Solution) — 같은 입력에 항상 같은 출력을 내는 방식으로 짜인 프로그램이나 규칙을 말한다. 조건이 분명하고 예외가 적은 일에는 이쪽이 더 빠르고 싸고 검증하기 쉽다. 생성형 AI는 같은 입력에도 답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확률적 도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도입 프레임워크에 있는 AI 에이전트 사업 계획 가이드도 같은 방향이다. 모든 에이전트 아이디어가 같은 가치를 내는 것은 아니며, 어떤 아이디어는 가치가 크지만 만들기 어렵고 어떤 아이디어는 만들기 쉽지만 사업 효과가 작다고 짚는다. 그래서 사업 효과, 기술적 실행 가능성, 사용자 필요성의 세 축으로 점수를 매겨 먼저 할 것을 고르라고 권한다.

기술적으로도 질문은 동일하다.

'AI로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 AI인가?'

두 질문은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의사결정을 만든다. 첫 질문은 거의 항상 '할 수 있다'로 끝난다. 두 번째 질문만이 '아니다'라는 답을 허용한다.


AX의 대상은 AI가 아니라 '변화'다

그렇다면 무엇을 먼저 정의해야 할까.

시그나이터에서는 이를 목표 변화(Target Change)로 본다.

목표 변화(Target Change) — 이 글에서 사용하는 개념적 표현이다. 특정 기술의 도입이 아니라, 현재의 업무나 의사결정 구조가 어떤 상태에서 어떤 상태로 달라져야 하는가를 정의한 문장을 뜻한다. 해법이 아니라 도착점을 적는 것이다.

목표 변화는 'AI를 도입한다'가 아니다.

현재의 업무나 의사결정 구조가 어떤 상태에서 어떤 상태로 달라져야 하는가를 정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영업 제안서를 AI로 자동화한다.

이것은 해법(Solution)에 가깝다. 무엇이 나아지는지, 사람의 일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들어 있지 않다.

반면 이렇게 쓸 수 있다.

영업 담당자가 자료 탐색과 초안 작성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던 구조에서, 표준적인 조사와 초안은 시스템이 수행하고 담당자는 고객 맥락 판단, 차별화 논리, 최종 승인에 집중하도록 제안 업무 흐름을 재설계한다.

이것은 목표 변화에 가깝다.

두 번째 정의를 하면 그다음 선택지가 넓어진다.

시장 데이터 수집에는 API 연동이 필요할 수 있다.

사내 사례 검색에는 문서 검색(Retrieval) 기능이 필요할 수 있다.

초안 작성에는 생성형 AI가 적합할 수 있다.

가격 승인에는 여전히 사람이 판단해야 할 수 있다.

문서 생성 자체는 기존 시스템의 자동화로 처리할 수도 있다.

해법 문장과 목표 변화 문장의 차이 – 영업 제안서를 AI로 자동화한다는 해법 문장은 하나의 기술만 가리키지만, 담당자의 시간이 자료 탐색과 초안에서 고객 맥락 판단과 차별화 논리로 이동한다는 목표 변화 문장은 시장 데이터 수집, 사내 사례 검색, 초안 작성, 가격 승인, 문서 생성이라는 다섯 활동에 API 연동, 문서 검색, 생성형 AI, 사람의 판단, 기존 자동화라는 서로 다른 역할을 배치할 수 있게 한다

즉 하나의 전략과제 안에서도 AI, 기존 소프트웨어, 데이터, 프로세스, 사람의 판단이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질 수 있다.

AX는 이 전체 구조를 설계하는 일에 가깝다. AI는 그 구조 안의 한 자리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하다

기술 우선(Technology-First) 접근은 대체로 이렇게 시작한다. AI가 있다. 어디에 적용할까. 활용 사례를 정한다. 그다음에 효과가 무엇일지 묻는다.

반대로 전략에서 출발하면 순서가 바뀐다. 사업 목표가 있다. 그 목표를 막는 전략 이슈를 찾는다. 이슈를 풀기 위한 목표 변화를 정의한다. 그 변화를 만드는 개입을 고른다. 마지막에 그 개입 안에서 AI의 역할을 정한다.

기술 우선 순서와 전략 우선 순서 – 기술 우선 접근은 AI에서 출발해 적용할 곳을 찾고 활용 사례를 정한 뒤 효과를 묻지만, 전략 우선 접근은 사업 목표에서 전략 이슈, 목표 변화, 필요한 개입을 거쳐 마지막에 AI의 역할을 정한다

이 차이는 단순한 방법론의 취향이 아니다.

첫 번째 방식에서는 AI가 문제의 범위를 결정한다. AI가 잘하는 일만 문제로 보인다.

두 번째 방식에서는 사업 문제가 AI의 역할을 결정한다. AI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도 나올 수 있다.

국내 조사에서도 이 차이가 보인다.

AI 기반 평가 플랫폼 그렙(Grepp)이 2026년 3월 HR 콘퍼런스 참가자인 기업 HR 담당자와 의사결정권자 354명에게 물어 4월에 발표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87.9%가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활용 방식은 자료 요약과 보고서 작성 44.4%, 문서 초안 작성 25.4%가 대부분이었고, 업무 프로세스 개선에 쓴다는 응답은 9.3%였다. 전사 차원의 AI 활용 기준과 운영 체계를 갖춘 조직은 12.1%였다.

열 곳 중 아홉 곳이 AI를 쓰지만,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쓰는 곳은 열 곳 중 한 곳이 안 된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2026년 6월 발표한 분석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근로자는 업무에 쓰는 시간이 평균 3.8% 짧았지만, 절약된 시간이 실제 생산 증가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개인의 도구가 빨라진 것과 조직의 성과가 달라진 것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점은 다른 글에서도 다뤘다.

두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 그렙 조사는 특정 행사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벤더 조사이고, 한국은행 분석은 가계 조사에 기반해 도입 초기 3년만을 본다. 앞 글에서 본 맥킨지와 BCG 조사가 고성과 조직일수록 업무 흐름을 재설계했다고 답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보고한 것과 함께 읽으면, 방향은 일관적이다.

다만 이 조사들은 질문의 순서 자체를 측정한 것이 아니다. 업무 흐름을 재설계했다는 것은 AI를 붙일 곳을 찾은 것이 아니라 일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먼저 정했다는 뜻이고, 그 점에서 재설계는 두 번째 순서에 가깝다.

AI 도구를 추가하는 것과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다.


AI는 세 가지 역할 중 하나일 수 있다

이 관점에서 전략과제를 검토하면 AI의 역할을 보다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1. AI가 과제의 핵심인 경우

AI 없이는 목표 상태 자체를 구현하기 어려운 과제다.

예를 들어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읽고 복잡한 맥락을 판단하거나, 기존에는 경제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웠던 수준의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다. 수천 건의 고객 상담 기록에서 이탈 신호를 읽어내는 일은 사람이 규칙으로 적어 둘 수 없다.

여기서는 AI가 핵심(Core)이다.

2. AI가 전략 실행을 지원하는 경우

전략적 변화의 중심은 다른 곳에 있지만 AI가 분석, 탐색, 발상, 검증, 초안 작성 등을 지원해 실행력을 높이는 경우다.

예를 들어 영업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면서 AI가 시장조사와 제안서 초안을 지원하는 경우다. 변화의 본질은 영업 담당자의 시간 배분이고, AI는 그 배분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다.

여기서는 AI가 조력자(Enabler)다.

3. 지금은 AI가 우선순위가 아닌 경우

문제의 핵심이 업무 기준, 조직 책임, 데이터 정의, 승인 구조, 시스템 연결 등에 있는 경우다.

AI를 추가하더라도 근본 문제가 그대로 남는다. 부서마다 다른 기준으로 계산한 숫자를 AI가 아무리 빨리 정리해도, 숫자가 서로 맞지 않는 문제는 그대로다.

이 경우에는 프로세스 재설계, 데이터 거버넌스, API 연동, 규칙 기반 자동화, 조직과 제도 변경이 먼저일 수 있다.

컨설팅 현장에서 자주 만난 장면을 각색하면 이렇다. 한 부품 제조기업의 AX 과제 목록 상단에 '영업 견적 자동화 에이전트'가 있었다. 다음 글에서 A사로 다시 등장하는 회사다. 견적이 늦어 수주를 놓친다는 영업 현장의 호소가 근거였다. 그런데 견적 한 건이 걸리는 시간을 단계별로 재어 보니, 초안을 쓰는 데는 반나절이 걸렸고 할인율 승인을 기다리는 데는 평균 사흘이 걸렸다. 승인 권한이 본부장 한 사람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먼저 한 일은 에이전트 구축이 아니었다. 일정 할인율 이하는 팀장이 승인하고, 표준 조건 안의 견적은 규칙으로 자동 승인하도록 권한과 기준을 바꿨다. 견적 소요 시간의 대부분이 여기서 줄었다. 그 뒤에 남은 초안 작성에 생성형 AI를 붙였다. 이 과제에서 AI는 핵심이 아니라 조력자였고, 처음 목록에 적힌 이름 그대로 진행했다면 사흘의 대기는 그대로 남았을 것이다.

AI의 세 가지 역할 – AI 없이는 목표 상태를 구현할 수 없는 핵심 역할, 변화의 중심은 다른 곳에 있고 AI가 실행을 돕는 조력자 역할, 그리고 문제의 핵심이 기준과 권한과 데이터 정의에 있어 지금은 AI가 우선순위가 아닌 경우로 나뉜다

이것은 AI를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다.

현재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AI가 가장 높은 우선순위의 개입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기준과 권한이 정리된 뒤에는 같은 과제가 다시 AI 과제로 돌아올 수 있다.


'AI를 쓰지 않는다'도 AX 전략의 결과가 될 수 있다

이 구분은 의외로 중요하다.

AX를 추진하는 조직에서는 'AI 과제를 몇 개 발굴했는가'가 성과처럼 관리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모든 문제를 AI 과제로 번역하려는 압력이 생긴다. AI가 들어가지 않은 과제는 AX 목록에 올릴 수 없고, 목록에 오르지 못한 과제는 예산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전략의 목적은 특정 기술의 적용 건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사업 성과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 이탈이 늘었다면 원인이 상담사의 답변 품질일 수도 있지만 가격 정책일 수도 있다.

생산성이 낮다면 문서 작성 시간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반복되는 승인과 보고 체계가 더 큰 원인일 수도 있다.

영업 전환율이 낮다면 고객 분석을 AI가 지원할 수 있지만 상품의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 자체가 불분명할 수도 있다.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 — 고객이 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것이 불분명하면 영업 자료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전환율은 오르지 않는다.

이런 경우 AI를 적용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그러나 가능하다는 사실이 우선순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좋은 AX 전략은 AI가 필요한 문제와 필요하지 않은 문제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구분이 없으면 AX는 AI를 적용할 수 있는 문제의 목록이 되고, 회사가 풀어야 할 문제는 그 목록 바깥에 남는다.


중요한 것은 기술 선택보다 문제와 변화의 연결이다

따라서 AX 과제를 검토할 때는 AI 적용 가능성을 보기 전에 세 가지 질문부터 던질 필요가 있다.

첫째,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현재 업무, 고객 경험, 의사결정 또는 운영 모델(Operating Model) 가운데 어떤 상태를 바꾸려는 것인지 정의한다.

운영 모델(Operating Model) — 조직이 일을 어떻게 나누고, 누가 무엇을 결정하고, 어떤 순서와 도구로 실행하는지를 정한 전체 구조를 말한다. 조직도보다 넓고, 프로세스 하나보다 크다.

둘째, 그 변화가 실제 사업 가치와 연결되는가?

시간이 줄어드는 것인지, 비용이 줄어드는 것인지, 여력(Capacity)이 늘어나는 것인지, 품질이나 매출이나 위험이 달라지는 것인지 확인한다.

셋째, 그 변화를 만드는 가장 적절한 개입은 무엇인가?

그때 비로소 AI, 자동화, 시스템 연동, 프로세스 재설계, 조직 변화를 나란히 놓고 비교한다.

순서로 보면 여섯 단계다. 문제에서 출발해 근본 원인을 찾고, 목표 변화를 정의하고, 사업 가치를 확인하고, 개입을 고르고, 마지막에 AI의 역할을 정한다.

문제에서 AI의 역할까지 여섯 단계 – 문제, 근본 원인, 목표 변화, 사업 가치, 개입, AI의 역할 순서로 내려가며, AI의 역할은 앞의 다섯 단계가 정해진 뒤에 마지막으로 결정된다

AI가 강력해질수록 오히려 이 순서가 더 중요해진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이 많아질수록 가능성과 필요성을 구분하는 판단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목표 변화는 어떻게 찾는가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질문이 하나 남을 것이다.

'그 목표 변화, 곧 우리 조직이 가야 할 곳은 어떻게 정하는가?'

중요한 질문이고,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강조했던 '업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경영진의 통찰과 깊은 숙고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통찰이 부족하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사람에게는 아직 경험하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주니어 컨설턴트였을 때 멘토가 자주 하던 말이 있다.

'프로젝트가 잘 끝났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라. 이 프로젝트로 고객사의 변화가 앞당겨지고, 그 결과 높은 성과가 나는 장면을 오늘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그려라. 그리고 그 장면이 현실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거꾸로 따져 봐라.'

내외부 현황 분석만으로도 정신이 없던 주니어에게는 이해하기도, 실행하기도 어려운 요구였다. 이런 상상이 정말 도움이 되는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여러 프로젝트를 거치고 나서야 그 뜻을 알게 됐다. 조직 구성원이, 파트너사가, 고객이 어떤 순간에 기뻐할지를 그려 보는 것만으로도 방향이 잡혔다.

현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을 그린다.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지금 서 있는 곳(As-Is)과 도착점(To-Be)을 모두 알아야 얼마나,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가 나온다. 앞에서 목표 변화를 해법이 아니라 도착점을 적는 일이라고 한 것도 같은 뜻이다.

도착점을 먼저 그리고 거꾸로 따져 본다 – 지금 서 있는 곳(As-Is)은 데이터와 현황 분석으로 파악하고, 도착점(To-Be)은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고 상상해서 정한다. 도착점에서 거꾸로 무엇이 필요한지 따져 보면 얼마나,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곧 목표 변화가 나온다

그러면 도착점은 어떻게 찾는가.

그것이야말로 AI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영역이다. 답이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들 안에 있기 때문이다. 조직 안 이해관계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야 비로소 알 수 있다.


AI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AX의 목표는 아니다

기업이 AX를 제대로 추진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질문은 이것이 아니다.

'우리는 몇 개의 AI 과제를 추진하고 있는가?'

더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무엇인가?'

'그 변화에 AI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어떤 과제에서는 AI가 핵심일 것이다.

어떤 과제에서는 사람의 판단을 돕는 보조 수단일 것이다.

어떤 과제에서는 AI보다 프로세스와 제도를 먼저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제대로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AX 전략은 AI를 많이 사용하는 전략이 아니다.

AI가 필요한 문제와 필요하지 않은 문제를 가려내고, 그렇게 남은 변화에 자원을 모을 수 있는 전략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다음 문제가 생긴다.

전략과제 후보가 여러 개라면, 우리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다음 질문

다음 글 좋은 AX 전략과제는 어떻게 결정되는가에서는 후보 가운데 무엇에 자원을 넣을지 정하는 기준을 다룬다.

사업 효과가 큰 과제, 전략적으로 중요한 과제, 쉽게 실행할 수 있는 과제, 위험하지만 성공하면 큰 가치를 만드는 과제 가운데 무엇을 먼저 선택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단순한 효과 × 실행 가능성(Impact × Feasibility) 매트릭스를 넘어, AX 전략과제를 실제 실행 결정으로 바꾸는 우선순위 기준을 다룬다.


Reference Notes

  • OpenAI, A Practical Guide to Building Agents, 2025. 에이전트가 적합한 업무의 세 가지 특성(복잡한 의사결정, 유지하기 어려운 규칙, 비정형 데이터 의존)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결정론적 해법으로 충분할 수 있다는 권고를 참고했다.
  • Microsoft Learn, Cloud Adoption Framework, Business plan for AI agents, 2026년 4월 갱신 문서. 모든 에이전트 아이디어가 같은 가치를 내는 것은 아니며 사업 효과, 기술적 실행 가능성, 사용자 필요성으로 우선순위를 매기라는 가이드를 참고했다.
  • 그렙, 2026 기업 AI 역량평가 현황 조사, 2026년 4월. HR Exchange 2026 참가 기업의 HR 담당자와 의사결정권자 354명 대상. AI 활용률, 활용 방식 분포, 전사 운영 체계 보유율을 참고했다.
  • 한국은행,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초기 3년의 효과 분석, BOK 이슈노트 제2026-12호, 2026년 6월. 생성형 AI 활용 근로자의 업무시간 3.8% 단축과 생산 증가 미확인 결과를 참고했다.
  • McKinsey & Company, The State of AI in 2025, 2025년 11월 및 Boston Consulting Group, CEOs Are Starting to See Value from AI. Now Comes Execution., 2026년 7월. 업무 흐름 재설계와 성과의 관계는 앞 글에서 다룬 두 조사를 참조했다.

지난 글 AI를 도입했는데, 왜 무엇을 해야 할지는 더 어려워졌는가에서 AX의 병목이 아이디어에서 선택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썼다. 이 글은 그 선택의 첫 단계를 다뤘다. 후보를 AI 과제로 번역하기 전에,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부터 정의해야 한다. AI에 집중할수록 AX는 실패한다가 일하는 방식을, AI를 도입하기 전에, 우리는 우리의 일을 알고 있는가가 일의 구조를 다뤘다면, 이 글이 다룬 것은 변화의 정의다.


About Seigniter

시그나이터(Seigniter)는 기업의 AI 도입을 넘어, AI로 실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AX(AI Transformation)를 고민하는 컨설팅펌입니다.

어떤 AI 기술을 쓸지부터 정하기보다 기업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지 살펴봅니다. 어디에서 비효율과 병목이 생기는지, 어떤 판단과 반복 작업이 있는지 파악하고 사람과 시스템, AI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설계합니다.

기업의 전략과 현장, 비즈니스 문제와 AI 기술 사이에는 아직 큰 간극이 있습니다.

시그나이터는 이 간극을 연결해 AI가 실제 업무 안에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AI를 도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설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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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관점을 실제 조직 진단과 실행 설계로 연결합니다.